[꿈 이야기] 도심에 나타난 맨몸 사내
사람들은 여느 때처럼 바쁘게 거리를 오가고 있었다. 그 속에 나도 섞여 있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했다. 발밑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이 옷자락을 스치지 않았다. 문득 내려다본 나의 몸은 텅 빈 허공을 담고 있었다. 옷이 없었다. 나는 나체였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다.
어쩌면 잘못 본 것일지도 모른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하지만 이내 발걸음이 더디고 어색해지면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눈빛이 내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당혹감도 없었다.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길 한복판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두리번거리던 나의 시선은 가까운 건물 유리창에 머물렀다. 창에 비친 내 모습은 적나라했다. 당혹스러움이 밀려왔지만, 묘하게도 그리 부끄럽지 않았다. 내 모습은 너무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나는 나체로 거리를 걸었다. 사람들은 여전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으나 그들 역시 묵묵히 제 갈 길을 가고 있었다.
처음엔 두려웠다.
그러나 걸음을 멈추지 않으니 점점 익숙해졌다. 사람들은 그대로였고, 세상도 변함이 없었다. 나는 그저 나일뿐이었다. 옷을 입지 않은 것 외에는 특별할 게 없었다. 바람이 피부를 스치는 감각, 햇살이 몸을 덮는 온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나는 내 몸이 세상과 직접 맞닿는 것을 느꼈다. 옷에 가려져 있던 감각들이 새롭게 깨어나는 듯했다.
내가 한 발짝, 또 한 발짝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람들의 시선은 점점 흐릿해졌고, 이내 아무도 나를 의식하지 않았다. 마치 내가 원래부터 투명한 존재였던 것처럼, 그들은 다시 제각기 자신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나 또한 그런 흐름 속에서 자연스러워졌다.
깨어났을 때, 이 꿈이 이상하게도 내 마음에 평온을 남겼다. 무엇도 감추지 않은 채 세상을 걸어도 괜찮다는, 그런 낯선 확신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은 느낌이었다.
옷이라는 장벽 없이 나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 순간, 나는 더 자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