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 『콘서트 (Le Concert, 2009)』
목요반 감상 영화는 프랑스 영화 『콘서트 (Le Concert, 2009)』입니다.

영화 『콘서트』 줄거리
1. 몰락한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
한때 소련의 자존심이라 불리던 볼쇼이 극장의 천재 지휘자 안드레이 필리포프는 브레즈네프 정권 시절, 유대인 연주자들을 보호하려다 당국에 찍혀 지휘봉을 빼앗기고 청소부로 전락합니다.
30년이 흐른 지금, 그는 여전히 볼쇼이 극장에서 청소 일을 하며 쓸쓸한 노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느 날, 그는 극장 팩스로 도착한 서류 하나를 우연히 보게 됩니다.
프랑스 파리의 샤틀레 극장이 ‘볼쇼이 오케스트라’를 초청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보고, 그는 기이하고 대담한 생각을 떠올립니다.
“진짜 볼쇼이가 아닌, 옛 동료들을 불러 모아 우리가 직접 연주하자.”
2. 과거의 음악가들을 다시 모으다
그는 과거 함께 쫓겨났던 단원들을 찾아 나섭니다.
어떤 이는 유대인 결혼식 연주자, 어떤 이는 구급차 기사, 어떤 이는 시장 상인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연주를 포기하고 생계를 위해 각자 흩어졌지만, 필리포프의 간절한 설득과 그가 꺼내놓은 과거의 추억 앞에서 다시 하나둘 마음을 모읍니다.
특히 그의 절친이자 전직 첼리스트인 사샤는 이 프로젝트의 핵심 동료가 됩니다.
두 사람은 관료들을 속이고, 가짜 초청장과 서류를 만들고, 출입국 비자를 꾸며내며, 사기극에 가까운 계획을 밀어붙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진심입니다. 이번 연주는 단지 ‘공연’이 아니라, 그들 삶의 복권(復權)이기 때문입니다.
3. 안느 마리 자케, 그 운명의 협연자
오케스트라가 완성되었지만, 중요한 한 퍼즐이 남아 있었습니다.
바로 바이올린 협연자. 필리포프는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연주자, 안느 마리 자케(멜라니 로랑)를 떠올립니다.
그녀는 아름답고 재능 넘치는 바이올리니스트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어머니가 누구였는지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합니다.
필리포프는 그녀에게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협연을 제안하고, 안느 마리는 망설이다가 결국 이를 수락합니다.
그런데 여기엔 깊은 비밀이 있습니다.
안느 마리는 사실 30년 전, 소련에서 연주를 금지당한 유대인 바이올리니스트 레아 스트라우스의 딸이었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필리포프의 오케스트라에서 연주 중 강제 퇴장당하고, 이후 시베리아로 유배되어 죽음을 맞았던 것입니다.
필리포프는 그녀에게 이 진실을 감추고 있지만, 이 연주는 곧 어머니가 끝내 완주하지 못한 연주를 딸이 이어서 완성하는 무대이기도 합니다.
4. 파리, 연주의 날
그렇게 ‘가짜 볼쇼이 오케스트라’는 파리로 출국합니다.
여전히 악보에 익숙지 않고, 무대 경험도 녹슬었으며, 리허설은 불안하고 단원들 간의 충돌도 생깁니다.
게다가 공연 전까지도 오케스트라 신분이 탄로 날 위험은 상존합니다.
공연 당일, 필리포프는 오랜만에 무대에 오릅니다.
오프닝은 불협화음으로 시작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단원들은 점점 감각을 되찾고, 바이올린 솔로 파트에 들어가며 분위기는 고조됩니다.
안느 마리 자케의 연주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영혼의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그녀는 이 무대에서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처음으로 느끼고, 모른 채 살아온 과거와 마주합니다.

5. 마지막 화해와 해방
연주가 끝난 후, 관객은 기립 박수를 보냅니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 오케스트라가 ‘진짜 볼쇼이’가 아니란 사실을 묻지 않습니다.
이 무대는 단지 훌륭한 연주회가 아니라, 과거와 현재, 진실과 용서, 음악과 인간이 서로를 껴안은 순간이었습니다.
안느 마리는 필리포프로부터 어머니에 대한 진실을 전해 듣고, 처음으로 어머니와, 그리고 자신과 화해합니다.
필리포프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꿈의 순간을 마주하고, 마침내 자신을 괴롭히던 죄책감에서 벗어납니다.
마무리 말
『콘서트』는 실패한 인생들이 다시 무대로 올라 자신의 인생을 지휘하는 이야기입니다.
웃음과 눈물, 음악과 인생이 어우러져 관객의 가슴을 울리는 이 작품은, 단지 클래식 영화가 아니라 삶을 찬미하는 위대한 콘서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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